아이키도 제주오승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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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도를 시작하며

아이키도란 무엇인가

아이키도(合気道)의 뜻

아이키도는 한자로 合気道라고 씁니다. 세 글자에 이 무도가 지향하는 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합(合) 은 “맞추다, 하나로 모으다”라는 뜻입니다.
  • 기(気) 는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기운, 그리고 상대가 지닌 힘과 의도를 가리킵니다.
  • 도(道) 는 평생 걸어가는 길을 뜻합니다.

이어서 읽으면 “상대와 기를 맞추어 가는 길”이 됩니다. 아이키도에서는 상대의 힘에 힘으로 맞서지 않습니다. 상대가 밀고 들어오는 힘을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내 몸을 맞추어 상대를 이끕니다. 힘이 약한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오래 수련(케이코, 稽古)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와 아이키도의 역사

아이키도를 창시한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
아이키도를 창시한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

아이키도는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 선생이 일본의 전통 무술을 깊이 익히고, 다시 엄격한 정신 수양을 거쳐 만든 현대 무도입니다.

창시자(가이소, 開祖)는 젊은 시절 여러 유술(주주쓰, 柔術)을 배웠습니다. 1908년에 고토파 야규류(後藤派柳生流) 유술의 면허를 받았고, 1911년 홋카이도에 개척민으로 건너가서는 다케다 소카쿠(武田惣角)를 만나 다이토류(大東流) 유술을 배웠습니다. 그 뒤 오모토교(大本教)의 데구치 오니사부로(出口王仁三郎)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았고, 1919년 교토부 아야베(綾部)에 수행 도장 우에시바 숙(植芝塾)을 열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수련을 거듭하던 창시자는 마침내 무술의 참뜻을 “합기의 도(合気の道)”라고 부르게 됩니다. 1931년 도쿄 신주쿠에 전문 도장 고부칸(皇武館)을 세웠는데, 이곳이 오늘날 아이키도 본부도장(혼부도조, 本部道場)입니다. 1940년에는 재단법인 고부카이(皇武会)가 인가를 받았고, 1942년 처음으로 “아이키도(合気道)”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1948년 조직을 새로 정비해 재단법인 합기회(아이키카이, 合気会)로 다시 출발했습니다.

1948년 본부도장장을 맡은 아들 우에시바 킷쇼마루(植芝吉祥丸, 1921~1999) 선생은 아이키도를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전국에 지부 도장을 두고 대학에 지도원을 보냈으며, 1969년 창시자가 세상을 떠나자 2대 도주(도슈, 道主)를 이어 해외 보급에 앞장섰습니다. 1976년에는 국제합기도연맹(IAF)이 생겼습니다. 1999년부터는 손자인 우에시바 모리테루(植芝守央, 1951~) 선생이 3대 도주로 아이키도를 이끌고 있습니다.

연도 주요 사건
1883 우에시바 모리헤이 탄생
1908 고토파 야규류 유술 면허를 받음
1911 홋카이도 이주, 다케다 소카쿠에게 다이토류 유술을 배움
1919 교토부 아야베에 우에시바 숙을 엶
1931 도쿄에 고부칸(현 본부도장) 설립
1940 재단법인 고부카이 인가
1942 “아이키도”라는 이름을 처음 씀
1948 재단법인 합기회 발족, 우에시바 킷쇼마루 본부도장장 취임
1969 창시자 별세, 킷쇼마루 2대 도주 계승
1976 국제합기도연맹 발족
1999 2대 도주 별세, 우에시바 모리테루 3대 도주 계승

오늘날의 아이키도

아이키도 수련 풍경. 여러 쌍이 함께 수련한다.
아이키도 수련 풍경. 여러 쌍이 함께 수련한다.

아이키도의 목적은 상대와 다투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함께 수련하는 사람과 서로 기량을 갈고닦으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키도에는 우열을 가리는 시합이 없습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 기술을 걸고 받으면서, 상대의 기량에 맞추어 같은 기술을 되풀이합니다. 이렇게 상대를 존중하며 수련한다는 점이 아이키도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아이키도는 이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련하는 무도가 되었습니다. 도쿄 본부도장에서는 지금도 매일 수련이 열리고, 세계 곳곳에서 수련생들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의 아이키도와 대한합기도회

우리나라에서 합기회의 아이키도를 공식적으로 이어 온 단체는 (사)대한합기도회입니다. 제주오승도장도 대한합기도회에 소속된 도장입니다.

대한합기도회의 뿌리는 1988년 대만과의 교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교류에서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의 아이키도를 처음 접한 뒤, 1989년 한국합기도진흥회를 만들어 해외 교류를 넓히며 아이키도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1996년 2월 29일에는 합기회 세계본부에 단체로 정식 등록했습니다.

그 뒤 단체 이름은 한국합기회, 사단법인 대한아이키도연맹(Korea Aikido Federation)을 거쳐 지금의 대한합기도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8월, 합기회 도주의 승인을 받아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키도 조직으로 공인되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조직이 되어야 국제합기도연맹에도 그 나라 대표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한합기도회는 해마다 합기회 사범(師範)을 초청한 국제 강습회(講習会)와연무회(演武会)를 열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이런 자리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수련생과 함께 땀을 흘립니다. 아이키도는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그곳 사람들과 편안하게 함께 수련할 수 있는 무도입니다. 수련 그 자체가 서로를 이어 주는 언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왜 아이키도를 수련하는가

제주오승도장에서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회원이 함께 수련합니다. 나이마다 아이키도에서 얻는 것도 조금씩 다릅니다.

  • 몸을 쓰는 법을 배웁니다. 아이키도의 기술은 팔힘이 아니라 온몸을 함께 써서 나오는 힘, 곧 호흡력(呼吸力)으로 겁니다. 수련을 거듭하면 자연스럽게 바른 자세와 균형 감각이 몸에 붙습니다.
  • 넘어지는 법을 배웁니다. 수신(우케미, 受け身)을 익혀 두면 일상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때 크게 다치지 않습니다. 중장년 회원들이 가장 실감하는 장점입니다.
  • 유연성과 체력이 좋아집니다. 무릎걸음(시코, 膝行), 손목 단련법, 수신 같은 기본 동작만 꾸준히 해도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하체가 단단해집니다.
  • 마음을 다스립니다. 상대와 힘으로 겨루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에 맞추는 수련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시합이 없으니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나아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아이키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할 수 있는 무도입니다.

바른 도복 차림(도복·하카마, 道着・袴)

아이키도는 도복(道着)을 입고 수련합니다. 초단 이상의 유단자는 검은 띠를 매고, 그 위에 하카마(袴)를 입습니다.

제주오승도장에서는 급에 따라 띠 색깔을 바꾸지 않습니다. 초단을 받을 때까지는 모두 흰 띠 하나만 맵니다. 검은 띠와 하카마는 초단을 허락받은 뒤에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하카마 차림. 정면과 옆모습.
하카마 차림. 정면과 옆모습.
도복 차림. 정면과 옆모습.
도복 차림. 정면과 옆모습.

도복은 몸에 맞는 것을 골라 바르게 입어야 합니다. 차림이 흐트러지면 동작이 불편할 뿐 아니라 다칠 수도 있습니다.

  • 소매는 너무 길지 않게, 손목이 보일 정도가 알맞습니다. 소매가 길면 기술을 걸 때 손목이 가려집니다.
  • 상의는 허리와 등이 부풀지 않도록 띠 안으로 잘 정리합니다.
  • 바지는 복사뼈 위 정도의 길이가 좋습니다. 길면 발을 옮길 때 밟혀 넘어질 수 있습니다.
  • 하카마는 발을 옮길 때 걸리지 않는 길이로 입고, 뒤쪽이 앞쪽보다 조금 높게 오도록 맵니다.
  • 찢어지거나 더러운 도복은 입지 않습니다. 늘 깨끗한 도복을 입는 것도 함께 수련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입니다.

아이키도의 예법(礼法)

아이키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수련하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낸 것이 예법입니다. 상대에게 수련을 부탁하기 전에는 반드시 예를 갖춥니다.

좌례(座礼) — 앉아서 하는 인사

좌례는 정좌(正座)로 앉은 자세에서 하는 인사로, 아이키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예법입니다.

1. 정좌로 앉는다.
1. 정좌로 앉는다.
2. 두 손을 八자 모양으로 바닥에 짚는다.
2. 두 손을 八자 모양으로 바닥에 짚는다.
3. 등을 편 채 천천히 머리를 숙이고, 등이 수평이 되는 곳에서 멈춘다.
3. 등을 편 채 천천히 머리를 숙이고, 등이 수평이 되는 곳에서 멈춘다.
4. 천천히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4. 천천히 처음 자세로 돌아온다.
  1. 정좌로 바르게 앉습니다.
  2. 두 손을 八자 모양으로 모아 바닥에 짚습니다.
  3. 등을 곧게 편 채 천천히 머리를 숙이고, 등이 바닥과 수평이 되는 곳에서 잠시 멈춥니다.
  4. 천천히 처음 자세로 돌아옵니다.
옆에서 본 좌례. 고개만 숙이지 않고 등을 편 채 몸 전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옆에서 본 좌례. 고개만 숙이지 않고 등을 편 채 몸 전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서두르지 말고 한 동작 한 동작 천천히 합니다. 고개만 꾸벅 숙이거나 엉덩이가 들리면 바른 인사가 되지 않습니다.

입례(立礼) — 서서 하는 인사

입례 — 정면
입례 — 정면
입례 — 옆모습
입례 — 옆모습

입례는 선 자세에서 하는 인사입니다. 도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 수련 중 서서 상대와 마주할 때 합니다. 발뒤꿈치를 모으고 바르게 선 뒤, 두 손을 허벅지 옆에 붙이고 상체를 30도쯤 숙여 가볍게 목례합니다. 좌례보다 간단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똑같이 담습니다.

도장 출입과 수련 시작·종료

수련을 시작하고 마칠 때는 정면에 예를 한다.
수련을 시작하고 마칠 때는 정면에 예를 한다.
수련 상대와는 반드시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난다.
수련 상대와는 반드시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난다.

도장(道場)의 앞쪽 벽을 정면(正面) 이라고 합니다. 도장에 들어설 때와 나설 때는 정면을 향해 입례를 합니다. 수련을 시작할 때와 마칠 때는 모두 줄지어 앉아 정면을 향해 좌례를 하고, 이어서 지도자와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제주오승도장은 직장과 가정이 있는 성인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이 있어 늦거나 일찍 가야 할 때도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늦게 왔다면 조용히 들어와 정면과 지도자에게 인사하고 수련에 합류하면 됩니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충분합니다.

수련 상대에 대한 예의

아이키도는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수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수련하는 상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짝을 지어 수련을 시작할 때는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며 “잘 부탁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수련을 마치면 다시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것, 이것이 아이키도 수련의 기본입니다.

우리 도장에서는 우리말로 인사합니다. 다만 국제 강습회처럼 여러 나라 사람이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일본어(“오네가이시마스”,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나 영어로 인사해도 괜찮습니다.

도장장 칼럼 1 — 유단자 수첩의 빈칸

어릴 적 제 꿈은 작은 도장을 하나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무인처럼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태권도, 한국 합기도, 쿵후, 격투기까지 여러 무술을 배우며 15년 가까이 도복을 입고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 아이키도를 만났습니다. 상대를 이기는 데 온 힘을 쏟던 제게, 아이키도는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 무도였습니다.

2005년 초단을 허락받던 날, 합기회에서 발행한 유단자 수첩을 받았습니다. 수첩 뒤쪽에는 강습회 참가 기록을 적는 칸이 있었는데, 빈칸이 어찌나 많던지 “이걸 언제 다 채우나” 하고 설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해마다 적게는 세 번, 많게는 여덟 번씩 국제 강습회를 찾아다녔습니다. 제주와 서울은 물론 일본까지 건너가 여러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이제는 속지가 모자라 세계본부에서 따로 받아 붙였는데, 그마저 또 한 장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세어 보니 어느덧 일흔 번이 넘습니다.

강습회에 갈 때마다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첫째는 배움입니다. 한두 번 배웠다고 몸에 붙는 기술이 아니기에, 매번 선생님의 손을 잡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그 알 수 없는 감각을 익히려 애씁니다.

둘째는 점검입니다. 강습회에서 배운 것을 도장에 돌아와 다음 강습회 때까지 수련합니다. 그리고 다시 강습회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으며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직 부족한 곳이 보이고, 자만하지 않는 법을 다시 배웁니다.

2019년 합기회 7단 야마시마 다케시 선생님의 강습회 때 일입니다. 윤대현 선생님께서 야마시마 선생님께 “아이키도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셨습니다. 야마시마 선생님은 한마디로 답하셨습니다.

“아이키도는 사랑입니다.”

무술의 본질은 이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요. 처음에는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수련을 거듭할수록 그 말이 조금씩 이해됩니다. 무술의 본질이 승리라면, 아이키도의 본질은 함께 사는 것, 곧 상생(相生)입니다. 상대와 끝없이 손을 맞잡으며 나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기 위한 배려와 협력을 배웁니다.

아이키도는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는 무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수첩의 다음 빈칸을 채우러 갑니다. 이 책을 펼친 여러분의 수첩에도 언젠가 그런 빈칸들이 하나씩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0일 · 이 책은 연재하면서 계속 고쳐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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