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키도 제주오승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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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장 칼럼 3 — 다, 내 탓이오

저는 아이키도를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강습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강습회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니, 제주에서 매달 올라가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아이키도는 참 쉬운 무술입니다. 기술의 가짓수나 하는 방법만 보면 그렇습니다. 몇 가지 되지도 않고 움직임도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매달 가서 매달 똑같은 것을 배우는데도, 왜 이해가 안 되고 가르쳐 주신 대로 되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이고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앞에서 이 쉬운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나 바보 같았습니다.

그러니 아이키도는 참 어려운 무술이기도 합니다. 몇 개 되지 않는 기술과 그 단순한 움직임이 상대가 버티기만 하면 도무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너무나 쉽게 움직이고 제압합니다. 나만 안 되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선생님께 배우러 가면 선배들의 반응이 그리 반갑지 않았습니다. 선배들도 배우러 왔는데 저 같은 초보가 와서 함께 연습해야 하니 성에 차지 않았겠지요. 부탁을 해도 은근히 피하는 눈치였고, 그런 느낌을 한 번 받으면 괜히 주눅이 들고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서로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끼리는 연습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보는 기술을 정확히 모르니 선배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서 있을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아이키도는 상대를 아프게 해서는 안 되니, 선배는 초보의 팔을 힘껏 비틀 수도 없습니다. 아프게 해서 제압하면 서로 불편해지고, 아프지 않게 하려니 자기 실력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초보가 오면 자연스레 피하게 되고, 그 모습이 초보에게는 상처가 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악순환입니다.

이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한 것은 3단을 허락받고 나서였습니다. 초보에게도 아프지 않게 기술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초보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래서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도 오지 않는구나. 팔을 비틀지 못해서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었습니다.

그 오해가 풀리고 나니 선배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선배가 조금 아프게 하더라도 그것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오해조차 제가 더 크기 위한 발판이었고, 더 뜨겁게 타오르기 위한 연료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초심자 여러분도 선배와의 사이에 그런 거리감을 느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과정입니다. 사춘기처럼 지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최종 수정 2026년 10월 30일 · 공개한 뒤에도 내용을 계속 다듬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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